디지털 유언장과 함께 준비해야 할 디지털 추모의 시대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며 우리는 삶의 대부분을 온라인에 기록하고 있다. 특히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가족, 친구, 사회와의 소통 수단이자, 나의 취향과 철학, 감정과 기억을 저장하는 개인화된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한 가지 간과하기 쉬운 사실이 있다.
사람이 사망했을 때, SNS 계정은 어떻게 되는가?
아날로그 시대에는 유품을 정리하고, 집필된 유언장을 통해 재산이나 기록을 넘겨주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디지털 자산은 상황이 다르다. SNS 계정은 일반적인 유산 상속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고인이 생전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유족은 그 계정에 접근할 수 없거나, 삭제조차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번 글에서는 사망 시 SNS 계정의 처리 절차와 각 플랫폼별 정책, 디지털 유언장과의 연계 방법,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
SNS 계정은 디지털 자산인가?
SNS 계정은 단순한 소통의 도구가 아니다. 매일 업로드하는 사진, 나누는 대화, 좋아요와 댓글, 친구 목록, 저장된 메시지 등은 모두 고인의 디지털 흔적이며, 일부는 정서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 또한 수익을 발생시키는 인플루언서 계정의 경우 경제적 가치까지 포함된다.
따라서 SNS 계정은 분명한 디지털 자산이며, 디지털 유언장에 포함되어야 할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외 대부분의 법률 시스템은 SNS 계정을 ‘상속 가능한 재산’으로 명확히 정의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각 플랫폼의 자체 정책에 따라 계정이 삭제되거나 추모 계정으로 전환되며, 유족의 의사가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페이스북: ‘기념 계정’ 전환과 유산 연락처 설정
페이스북은 디지털 유산 관리에 있어 비교적 체계적인 기능을 제공하는 대표적인 플랫폼이다. 사용자가 생전에 ‘기념 계정 관리자’를 설정해두면, 사망 후 지정된 사람이 해당 계정을 관리할 수 있다.
기념 계정으로 전환되면 다음과 같은 기능이 적용된다:
- '기억하는 ○○○'이라는 문구가 프로필 이름 앞에 표시됨
- 타인이 고인의 담벼락에 글을 남기거나 추모 댓글을 작성할 수 있음
- 관리자 권한자는 프로필 사진 변경, 친구 요청 승인 가능
사례:
30대 초반의 F씨는 평소 SNS 활동이 활발했고, 페이스북에 가족사진과 여행 기록을 많이 남겼다.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후, 사전에 설정해둔 기념 계정 관리자인 친구가 계정을 정리하고 가족들에게 자료를 공유해 큰 위로가 되었다.
주의사항:
- 사망 전에 기념 계정 관리자 설정이 되어 있지 않으면, 가족이 사망 증명서 및 신분증을 제출해야 하며, 계정 폐쇄 또는 기념 전환 중 선택을 해야 한다.
- 관리자는 기존 게시물을 수정하거나 비공개 설정을 바꿀 수 없다.
인스타그램: 기념 계정 전환은 가능하나 관리 기능은 제한적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과 동일한 메타(Meta) 플랫폼이지만, 관리 기능이 제한적이다. 기념 계정으로의 전환은 가능하나, 별도의 관리자 권한은 제공되지 않는다.
기념 계정의 특징:
- ‘기억하는 계정’ 문구가 표시됨
- 계정은 그대로 유지되지만, 로그인 및 게시물 수정은 불가능
- 누구나 프로필을 볼 수 있지만, 알고리즘 노출은 제한됨
관리 방법:
- 유족이 인스타그램 측에 사망 사실을 증명하는 문서(사망진단서, 가족관계증명서 등)를 제출
- 별도 삭제 요청도 가능하나, 사전에 사용자 본인의 지시가 없다면 처리까지 수주 이상 걸릴 수 있다
사례:
G씨는 여행 사진으로 팔로워 수만 명을 보유한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했다. 그의 사망 이후 계정은 누구의 접근도 허용되지 않은 채, 무기한 유지되며 해킹 위험에 노출되었다. 디지털 유언장이나 사전 설정이 있었다면 계정 폐쇄 또는 전환이 가능했을 것이다.
트위터(X), 틱톡 등은 관리 체계 미흡
트위터(현재는 X)와 틱톡은 사망자 계정에 대한 공식적인 '기념 전환' 기능은 제공하지 않는다. 유족이 해당 플랫폼에 사망자임을 증명하고, 계정 삭제 요청을 하는 방식으로 처리된다.
문제점:
- 접근 권한 위임 불가
- 계정에 저장된 콘텐츠를 백업받을 수 있는 공식 절차 없음
- 제3자가 계정을 도용하거나, 해킹하는 사건이 발생할 수 있음
사례:
H씨는 트위터를 통해 일기처럼 자신의 감정을 기록해왔다. 사망 이후 유족이 계정을 유지하고 싶어 했지만, 플랫폼에서는 삭제 외에는 다른 옵션을 제시하지 않았다. 디지털 유언장을 통해 백업 지시와 삭제 여부를 명확히 했더라면 가족의 기억을 지킬 수 있었을 것이다.
유튜브: 수익 자산 포함 시 복잡한 절차 필요
유튜브는 단순 SNS를 넘어서 수익 창출이 가능한 플랫폼이기에, 디지털 자산의 법적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유튜브 계정은 구글 계정과 연동되어 있어, 구글의 ‘비활성 계정 관리자’ 기능을 이용해 사후 처리 지시를 내려둘 수 있다.
관리 방안:
- 생전 비활성 계정 관리자 설정: 일정 기간 사용하지 않을 경우, 지정된 이메일로 알림을 보내고, 데이터를 넘겨줄 수 있음
- 수익 분배 정보는 애드센스와 연결되어 있어, 세무 처리 및 법적 상속 절차 필요
사례:
I씨는 유튜브에서 음악 커버 콘텐츠로 매달 약 300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사망 이후 가족은 구글 계정에 접근하지 못해 수익도 정지되었고, 콘텐츠도 업데이트되지 않았다.
디지털 유언장에 애드센스 계정과 채널 관리자 권한 정보를 남겨뒀다면, 가족은 그를 기리는 콘텐츠를 계속 유지하거나 수익을 기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디지털 유언장이 SNS 계정 관리를 돕는 방법
디지털 유언장은 단순히 암호나 계정 정보를 넘겨주는 문서가 아니다. SNS 계정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의 정리, 삭제, 관리 여부를 본인의 의사에 따라 정할 수 있는 법적·실용적 수단이다.
포함할 수 있는 정보 예시:
- 각 SNS 계정 ID와 접근 방법
- 추모 계정 전환 또는 삭제 여부
- 기념 게시물 유지 또는 비공개 설정 요청
- 디지털 콘텐츠(사진, 영상 등) 백업 및 전달 대상
- 계정이 수익을 발생시키는 경우 상속 방향과 처리 방법
사망 전 SNS 계정 관리자가 되기 위한 준비 방법
- SNS 별 사후 관리 정책 숙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 디지털 유언장에 각 계정의 처리 방식 명시
- 중요한 콘텐츠는 별도로 백업 (사진, 메시지, 영상 등)
- 계정에 접근 가능한 사람을 사전에 지정하고 정보 공유
- SNS 연동 계정(구글, 애플 등)의 2단계 인증 설정도 함께 관리
결론: 디지털 흔적도 유산이다
사망 이후 SNS 계정은 단순한 데이터의 집합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을 증명하는 디지털 기록이다.
때로는 그 계정이 남은 이들에게 큰 위안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악의적인 해킹이나 상업적 도용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제는 SNS 계정도 명확한 디지털 자산으로 인식하고, 생전부터 디지털 유언장 등을 통해 처리 방향을 지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술은 언제나 진보하지만, 그것을 활용하는 인간의 책임은 여전히 중요하다.
지금 당장 내가 사용하는 SNS 계정을 목록화하고, 사망 이후 어떤 방식으로 처리되기를 원하는지 생각해보자.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남길 수 있는 가장 사려 깊은 디지털 배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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