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5 비대면 정부서비스와 디지털유언장

디지털 유언장과 일반 유언장의 차이

by kellyinfo 2025. 8. 4.

21세기, 우리는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자산을 소유하며 살아가고 있다. 더 이상 유산은 집과 땅, 예금과 주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메일 계정, 블로그, 유튜브 채널, 암호화폐, SNS와 같은 디지털 자산이 우리의 삶에 깊이 들어왔다.

이와 같은 변화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유산 상속과 사후 자산 관리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디지털 유언장'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했다.

일반 유언장은 기존의 물리적 자산을 정리하는 수단이었다면, 디지털 유언장은 온라인에 존재하는 자산을 다루기 위한 현대적인 대응 방식이다. 이 글에서는 디지털 유언장과 일반 유언장의 차이를 비교하며, 왜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한지, 그리고 각각 어떤 역할과 새로운 유언장의 기준에 대해 풀어본다.

 

디지털 유언장과 일반 유언장

 

유언장의 기본 개념: ‘죽음 이후의 의사 표현’

 

유언장은 사망한 개인이 자신의 자산을 누구에게, 어떻게, 어떤 조건으로 넘길지를 법적으로 명확히 하기 위한 문서다. 일반 유언장은 주로 오프라인 자산, 즉 부동산, 금융 자산, 물리적 소유물에 대한 분배와 관련이 있다. 법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일정한 형식을 갖춰야 하며, 공증, 증인, 자필 요건 등의 조건이 적용된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며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고인의 메일 계정, 클라우드에 저장된 가족 사진, 유튜브 영상, SNS 게시글, 암호화폐 지갑과 같이 비물리적인 자산이 상속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디지털 유언장이다. 이제부터 두 유언장이 어떤 차이를 가지며, 실제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디지털 유언장이란 무엇인가?

 

디지털 유언장은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디지털 자산에 대해 사후 처리를 어떻게 할지 명시하는 문서다. 디지털 자산이란 단순히 계정 자체를 넘기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정보, 기록, 콘텐츠, 소득 구조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자산들이 디지털 유언장의 대상이 된다.

  • 구글, 네이버 등 이메일 계정
  •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의 SNS 계정
  • 유튜브 채널, 블로그 등 콘텐츠 기반 자산
  • 암호화폐 지갑 및 NFT
  • 클라우드에 저장된 사진, 문서, 영상
  • 온라인 쇼핑몰 관리자 계정
  • 도메인, 서버, 웹사이트 소유권

디지털 유언장은 이런 자산들의 접근 권한, 보관 방식, 삭제 여부, 상속인 지정 등을 명확히 지정해주는 역할을 한다.

 

디지털 유언장과 일반 유언장의 핵심 차이

 

1. 자산의 종류

  • 일반 유언장은 물리적 자산이 중심이다. 예를 들어 부동산, 현금, 채권, 자동차, 미술품 등이다.
  • 디지털 유언장은 비물리적 자산을 다룬다. 이메일, SNS, 디지털 지갑, 유튜브 콘텐츠, 디지털 문서 등이다.

2. 접근 방식

  • 일반 유언장은 법적 절차에 따라 유산을 분할하며, 등기 이전이나 계좌 상속 등의 과정을 거친다.
  • 디지털 유언장은 기술적 접근성이 우선이다. 비밀번호, 보안키, 이중 인증, 계정 복구 등이 핵심이며, 플랫폼의 정책을 따라야 한다.

3. 법적 지위

  • 일반 유언장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명확한 법적 틀을 갖추고 있다.
  • 디지털 유언장은 일부 국가에서만 법적으로 인정되며,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는 아직 명확한 법제화가 미비하다.

4. 처리 주체

  • 일반 유언장은 보통 변호사나 법원의 감독 아래 유언 집행인이 처리한다.
  • 디지털 유언장은 플랫폼(구글, 메타 등)의 자체 정책에 따라 특정 절차를 밟아야 하며, 유언 집행인이 기술적으로 모든 계정을 관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사례 비교: 일반 유언장만으로 충분하지 않았던 경우

 

사례 1: 온라인 콘텐츠의 상속 실패
30대 직장인 A씨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매달 약 50만 원의 수익을 얻고 있었다. 그러나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사망했고, 일반 유언장에는 유튜브 채널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유족은 계정 비밀번호를 몰랐고, 구글의 보안 정책상 접근 권한도 받을 수 없었다. 결국 채널은 방치되었고, 수익은 끊기고 콘텐츠는 더 이상 관리되지 못했다.

사례 2: 암호화폐의 영구 소실
B씨는 1,000만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개인 지갑에 보관하고 있었다. 하지만 복구용 시드 문구를 종이에 적어 혼자 보관했고,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사망 후 가족은 이 사실을 알지 못했고, 결국 암호화폐는 누구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이처럼 일반 유언장만으로는 디지털 자산의 실질적인 이전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 실제 사례에서 자주 발생하고 있다.

 

디지털 유언장을 만들 때 고려해야 할 사항

 

  1. 디지털 자산 목록화
    자신이 사용하는 모든 계정, 구독 서비스, 저장소, 도메인을 정리하고 리스트화해야 한다.
  2. 접근 정보의 안전한 보관
    각 계정의 ID, 비밀번호, 2단계 인증 설정, 복구 코드 등을 문서로 정리하되, 암호화된 파일 형태로 보관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전달하는 방식이 적절하다.
  3. 사후 처리 방식 지정
    어떤 계정은 삭제할 것인지, 어떤 계정은 보존할 것인지, 콘텐츠는 백업할 것인지, 추모 계정으로 전환할 것인지 등의 지시를 포함해야 한다.
  4. 법적, 기술적 연계
    디지털 유언장은 단독 문서가 아닌, 일반 유언장과 함께 작성되어야 하며, 법적 유효성을 높이기 위해 변호사나 법무사의 자문을 받는 것이 좋다.

 

플랫폼별 디지털 자산 관리 정책 차이

 

  • 구글: 비활성 계정 관리자 설정 가능. 사망 시 계정을 지정된 사람에게 넘기거나 삭제가 가능하다
  • 페이스북: 추모 계정 전환 기능. 생전에 관리자 지정이 가능하다
  • 인스타그램: 기념 계정 전환 가능하지만, 관리자 지정은 불가능하다
  • 트위터/X: 사망 증명서 제출 시 계정 삭제가 가능하다
  • 암호화폐 지갑: 키 없이 접근 불가. 100% 사용자의 보안 관리 책임이다. 

      이런 차이로 인해 디지털 유언장이 필수적인 이유가 명확해진다.

 

디지털 유언장과 일반 유언장을 함께 써야 하는 이유

 

두 유언장은 서로를 대체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 일반 유언장은 법적 분쟁을 방지하고 상속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기본 틀이며, 디지털 유언장은 현대인의 새로운 자산을 실질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보완적 도구다.

  • 법적으로 인정받고 싶다면 일반 유언장을 반드시 써야 한다
  • 추가하여 기술적으로 실질적 처리를 원한다면 디지털 유언장이 필요하다

이 둘을 병행할 때, 남겨진 가족은 고인의 뜻을 온전히 반영할 수 있고, 디지털 자산도 안전하게 정리할 수 있다.

 

결론: 나의 모든 기록을 위한 두 가지 유언장

 

이제 우리의 자산은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블로그에 쓴 글 한 줄, 메일 속에 저장된 계약서,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이 담긴 클라우드 폴더, 그리고 암호화폐 지갑 속 디지털 코인은 모두 ‘나’라는 사람의 흔적이자 유산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제 두 개의 유언장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나는 물리적인 자산을 위한 일반 유언장, 다른 하나는 디지털 자산을 위한 디지털 유언장. 이 두 가지를 함께 준비할 때 비로소 나의 모든 유산을 책임감 있게 마무리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이라도 내가 남기고 싶은 디지털 흔적이 있는지 살펴볼 시간이 필요하며 그것들을 어떻게 정라할지, 또는 분배를 할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것이 내가 살아온 인생에 대한 배려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