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자산의 가치가 부동산이나 금융 자산 못지 않게 커지면서 각국 정부와 사회는 디지털 유산 관리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많은 국가가 이 문제에 대해 뒤늦게 대응하고 있지만 일부 국가는 이미 제도와 법률, 기술 인프라를 결합해 디지털 유산 관리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디지털 유산 간리에 강한 국가들의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특징과 시사점을 정리해 본다.
미국 – 플랫폼 중심의 디지털 유산 법제화
미국은 디지털 유산 관리에서 가장 앞선 입법 사례를 가진 국가 중 하나다. 특히 2014년 제정된 **통합 디지털 자산 접근법(RUFADAA)**은 사망자나 무능력자의 디지털 자산 접근 권한을 상속인이나 법적 대리인에게 부여하는 법적 틀을 마련했다.
이 법에 따라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주요 플랫폼은 ‘사망자 계정 관리’ 기능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구글은 ‘비활성 계정 관리자’ 기능을 통해, 일정 기간 계정이 사용되지 않으면 지정된 연락처로 데이터 접근 권한을 부여한다. 페이스북은 메모리얼 계정 전환과 계정 관리인 지정 기능을 제공하며, 애플은 ‘디지털 유산 연락처’를 설정해 사망 시 기기와 계정의 데이터를 상속인에게 이전할 수 있게 했다.
실제 사례로, 캘리포니아의 한 가족은 고인이 남긴 아이클라우드 사진 앨범을 애플의 디지털 유산 프로그램을 통해 합법적으로 복구했다. 이는 법적 절차와 플랫폼 정책이 긴밀하게 연계된 성공적인 디지털 유산 상속 사례다.
에스토니아 – 전자정부와 통합 디지털 상속 시스템
에스토니아는 ‘세계에서 가장 앞선 전자정부 국가’로 불린다. 국민 모두가 디지털 ID를 보유하며, 의료 기록, 세금, 부동산, 교육 이력까지 모든 공공 서비스가 온라인으로 통합 관리된다.
이 나라에서는 디지털 유산 관리 역시 전자정부 시스템에 포함돼 있다. 사용자는 생전에 ‘디지털 상속 계획’을 설정해, 사망 시 전자 ID로 연동된 모든 자산의 접근 권한을 지정할 수 있다. 상속 절차는 블록체인 기반으로 기록되어 위·변조를 방지하고, 법원의 승인과 동시에 데이터 접근이 가능해진다.
특히 에스토니아의 시스템은 금융 자산뿐 아니라 개인 이메일, 클라우드 파일, 온라인 구독 서비스까지 상속 목록에 포함한다. 덕분에 상속인이 각 서비스별로 개별 신청을 할 필요 없이, 중앙 시스템에서 일괄 처리된다.
일본 – 디지털 종합 상속 지원 서비스의 확산
일본은 고령화 사회의 특성상 디지털 유산 관리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간과 정부가 함께 디지털 유산 처리 지원 서비스를 활성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일부 지자체와 은행은 ‘디지털 종합 상속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사용자가 생전에 등록한 이메일, SNS, 온라인 금융 계좌, 쇼핑몰 아이디, 구독 서비스 정보가 사망 시 지정 상속인에게 전달된다. 또한 일본의 변호사 단체는 ‘디지털 유산 조사 가이드라인’을 배포해 상속인이 사망자의 스마트폰, 컴퓨터, 외장하드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찾는 절차를 안내한다.
실제 사례로, 도쿄의 한 가정은 은행이 제공하는 디지털 유산 일괄 처리 서비스를 통해 20개가 넘는 온라인 계정을 한 번에 정리했다. 덕분에 불필요한 구독 서비스 요금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가는 문제를 막을 수 있었다.
독일 – 강력한 법적 판례로 디지털 유산 인정
독일은 법원 판례를 통해 디지털 유산의 상속 권리를 확립한 대표적인 국가다. 2018년 연방대법원은 페이스북 계정이 상속 대상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은 15세 딸을 잃은 부모가 딸의 페이스북 계정 접근 권한을 요청했으나, 페이스북이 거부한 사건에서 시작됐다. 법원은 디지털 자산도 우편물이나 일기처럼 상속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판례 이후 독일에서는 이메일, SNS, 클라우드 데이터 등 거의 모든 디지털 자산이 상속 대상임이 명확해졌다. 이를 계기로 독일 내 로펌과 상속 전문 기관은 디지털 유산 포트폴리오 작성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이용자들은 생전에 데이터 접근 절차를 법적으로 보장받게 되었다.
호주 – 주별 법률과 상속인 교육 프로그램
호주는 주(州) 단위로 디지털 유산 관련 법률을 제정하고 있으며, 특히 상속인 교육 프로그램이 활발하다. 일부 주에서는 변호사협회와 IT 기관이 공동으로 ‘디지털 유산 관리 가이드북’을 배포해, 상속인이 사망자의 온라인 계정을 법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호주의 일부 금융기관은 고객이 계정을 개설할 때 디지털 상속 계획을 함께 작성하도록 유도하고, 사망 후에는 지정된 상속인에게 필요한 데이터와 접근 권한을 제공한다. 이런 절차는 상속인이 플랫폼의 해외 본사와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자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디지털 유산 관리가 강한 국가들의 공통점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법적 제도화다. 디지털 자산의 상속 권리를 법률로 명확히 규정해, 플랫폼과 상속인 간의 법적 분쟁을 줄인다.
둘째, 중앙 집중형 또는 통합 처리 시스템이다. 여러 플랫폼에 흩어진 계정을 상속인이 개별적으로 처리하는 번거로움을 줄이고, 국가 또는 공인기관이 통합적으로 관리한다.
셋째, 기술과 제도의 결합이다. 블록체인, 암호화, 전자 ID 같은 기술을 활용해 보안과 편의성을 동시에 확보한다.
한국이 배워야 할 점
한국은 아직 디지털 유산 관리에 관한 법률이 미비하다. 일부 플랫폼이 자체적인 사후 계정 처리 정책을 두고 있지만, 법적 효력이 부족하고 통합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미국처럼 법률을 제정하고, 에스토니아처럼 국가 단위의 통합 처리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일본, 호주처럼 상속인을 위한 교육과 지원 서비스도 함께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디지털 유산은 개인의 데이터의 문제뿐만 아니라 한 국가나 지역의 경제적 가치와 역사적 기록을 나타낼 수 있는 중요한 재산이다. 법률과 기술, 사회 인식이 조화를 이룰때에 드디어 우리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디지털 상송 문화를 만들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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